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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영화 줄거리 및 감상평

by 오호로라33 2025. 3. 27.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아홉 번째 작품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2019)는 1969년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자 대체 역사 영화다. 이 영화는 타란티노 특유의 스타일로 재해석된 할리우드 황금기의 마지막 순간을 조명하며, 당시 영화 산업의 변화와 함께 실제 역사적 사건을 독창적으로 비틀어 그려낸다.

줄거리

영화는 1969년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배우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그의 스턴트맨 겸 절친한 친구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한때 웨스턴 TV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던 릭은 이제 영화계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는 여전히 주연 자리를 원하지만, 현실은 악역이나 단역으로 전락하는 처지다. 그런 그를 변함없이 곁에서 돕는 인물이 클리프 부스다. 클리프는 릭의 스턴트 더블이자 개인 운전사로, 험한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든든한 친구다. 그러나 그 역시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편, 릭의 집 옆에는 당시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 커플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배우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가 살고 있다. 샤론 테이트는 촉망받는 배우로, 화려한 파티와 성공적인 경력을 즐기며 삶을 만끽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야기는 릭과 클리프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과정과 함께, 히피 문화의 확산과 찰스 맨슨 일가의 등장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전개된다. 클리프는 우연히 히피들이 모여 있는 스판 영화 랜치에 가게 되고, 이곳에서 맨슨 패밀리의 수상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역사적 사실을 뒤틀어 충격적인 결말을 선사한다. 1969년 8월 9일, 실제 역사에서는 찰스 맨슨의 추종자들이 샤론 테이트의 집을 습격하여 그녀를 비롯한 다섯 명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타란티노는 이 사건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맨슨 패밀리의 일당들은 샤론 테이트의 집이 아닌 릭 달튼의 집을 목표로 삼게 된다. 하지만 클리프와 그의 애완견 브랜디, 그리고 릭은 이들을 처참하게 응징한다. 그 결과 샤론 테이트는 살아남고, 릭은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총평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다. 이 영화는 타란티노가 사랑하는 1960년대 말 할리우드에 대한 헌사이자,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향수 어린 작품이다.

첫째, 이 영화는 캐릭터 중심의 서사에 집중한다. 릭 달튼과 클리프 부스는 서로 대비되면서도 강한 유대를 가진 인물들이다. 릭은 자신의 쇠락에 대한 불안감과 열등감에 시달리며, 변화하는 영화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반면, 클리프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즐기며 자유로운 태도를 유지한다. 이러한 두 캐릭터의 조화는 영화의 중심축을 이루며,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의 탁월한 연기가 이를 더욱 빛나게 한다.

둘째, 시대적 재현이 뛰어나다. 타란티노는 1969년의 할리우드를 세밀하게 재현하며, 거리의 간판, 라디오 방송, 당시 유행했던 영화와 음악까지 정교하게 배치했다. 영화의 미장센과 촬영 기법 또한 1960년대 영화의 감성을 그대로 살려, 관객들에게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셋째, 대체 역사라는 요소를 활용한 점이 흥미롭다. 샤론 테이트 사건은 실제로 끔찍한 비극이었지만, 타란티노는 이를 재구성하여 희망적인 결말을 제시한다. 이는 영화 속 인물들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일종의 위안을 제공한다. 역사적 사건을 극적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그의 전작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과 유사한 서사를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일부 관객들은 161분이라는 긴 러닝타임과 다소 산만한 서사를 지적하며, 극적인 전개보다는 분위기와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본다. 또한, 샤론 테이트 캐릭터의 비중이 적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그녀는 영화 내내 거의 대사가 없으며, 주로 분위기를 형성하는 역할에 그친다. 이는 영화의 구조적 특징 때문이긴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더 깊이 다뤄졌다면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타란티노 특유의 감성과 스타일이 집약된 작품이다. 특히 브래드 피트의 연기는 호평을 받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과거의 영화 산업과 실제 사건을 독창적으로 결합한 이 작품은, 단순한 헐리우드 영화가 아닌 하나의 문화적 기록으로 자리 잡았다.

결론적으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타란티노의 영화적 애정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느린 전개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디테일과 강렬한 클라이맥스로 인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이 영화는, 영화와 할리우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