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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반 영화 줄거리 총평

by 오호로라33 2025. 4. 13.

출처 : 나무위키

영화 《뺑반》 줄거리 및 감상평

2019년 개봉한 영화 《뺑반》은 경찰청 소속의 ‘뺑소니 전담반’을 배경으로 한 범죄 액션 드라마로, 뺑소니 사건의 실체를 쫓는 형사들의 집요한 추적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적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는 사회적 권력, 정의, 죄의식, 복수의 감정 등을 소재로 삼아 범죄 수사극의 틀을 벗어나 인간 심리의 깊은 층을 파고든다.

1. 줄거리 요약

 

주인공 은시연(공효진)은 경찰청의 엘리트 내사과 소속 형사다. 강직하고 냉철한 판단력으로 유명한 그녀는 대기업 회장 출신의 전직 포뮬러 원 레이서 정재철(조정석)을 수사 중이다. 그는 뺑소니 사고의 유력한 용의자로, 막대한 자본과 인맥을 동원해 법망을 피해가고 있는 인물이다. 은시연은 그의 불법적인 행적을 캐내려 하지만, 수사 도중 상부의 압력으로 인해 돌연 좌천된다.

좌천된 부서는 바로 ‘뺑반’, 즉 뺑소니 전담반이다. 이 부서는 교통사고 중 뺑소니 사건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외진 부서로, 경찰 조직 내에서도 소외된 곳이다. 뺑반에는 반장 우선영(염정아)과 베테랑 형사이자 ‘자동차 덕후’인 서민재(류준열)가 있다. 서민재는 차량 소리만 듣고도 차종을 구분하고, 도로 상황을 꿰뚫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현장 중심의 인물이다.

은시연은 처음엔 뺑반이라는 부서 자체를 무시하지만, 민재의 남다른 감각과 직업 정신, 그리고 뺑소니 사건 피해자 가족들과의 접점을 통해 점차 이 사건에 진심으로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정재철이 연루된 또 다른 뺑소니 사건이 발생하고, 시연은 그가 과거 저지른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또 다른 죄를 덮으려 한다는 것을 직감한다.

한편 정재철은 평범한 사고가 아닌, 철저히 계획된 '살인 교통사고'를 통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냉혹한 인물로 점점 본색을 드러낸다. 경찰을 조롱하고, 언론과 정치권을 이용해 수사를 방해하는 그의 행태에 맞서기 위해 뺑반 팀은 마지막 총력전을 펼치게 된다.

도심 고속도로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추격전, 증거를 쥐고 도주하는 용의자와 이를 막으려는 형사들, 그리고 각자 내면에 자리한 죄책감과 정의감이 교차하며 이야기는 절정으로 향한다. 결국 시연과 민재는 정재철의 범죄를 밝혀내는 데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과 정의, 감정 사이에서의 균형을 고민하게 된다.


2. 감상평

 

《뺑반》은 형식적으로는 ‘범죄 액션 영화’의 틀을 따르지만, 그 속에는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문제시되어온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날선 비판이 깔려 있다. 정재철이라는 캐릭터는 바로 그런 한국 사회의 부패 권력을 대변한다. 그는 과거 F1 드라이버 출신이라는 이력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기업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인물로서 권력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동시에 ‘살인’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법망을 빠져나가는 그의 모습은 현실 속 강자들이 법 앞에서 어떻게 처신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대조되는 인물이 바로 은시연과 서민재다. 시연은 정의감으로 가득하지만 조직 내 권력 싸움에 밀려 좌천당하고, 민재는 누구보다 뺑소니 사건을 이해하지만 실질적 권한은 없다. 두 사람은 일종의 ‘언더독’으로, 조직 안팎에서 묵묵히 싸워나가는 이들이다. 그들의 수사는 단순히 범인을 잡는 것을 넘어, 진실을 찾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과정이다. 이 둘의 케미스트리는 영화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공효진의 냉철하고 단단한 연기, 류준열의 다정하면서도 집요한 연기는 극의 무게감을 유지하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조정석은 평소 코믹하거나 인간적인 역할로 익숙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차갑고 이기적인 악역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그의 웃음기 없는 얼굴, 냉소적인 말투, 그리고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은 '악역'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다.

감독 한준희는 《차이나타운》 이후 다시 한 번 독특한 색채의 범죄 드라마를 선보이며,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세계를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이 영화는 ‘차량’을 통한 상징과 긴장 연출이 탁월하다. 자동차는 이 영화에서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인물의 성격과 욕망, 갈등을 드러내는 중요한 장치다. 빠른 스피드를 즐기는 정재철의 고급 스포츠카는 그의 권력과 통제력을, 반면 수사 현장에서 낡은 차량을 몰고 다니는 뺑반 팀의 모습은 현실과 타협하면서도 꿋꿋하게 나아가는 삶의 태도를 상징한다.

다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설정과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서사의 밀도가 조금 아쉽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중반 이후의 이야기 전개가 다소 급하게 진행되며, 몇몇 사건의 연결이 설득력을 완전히 확보하지는 못한다. 특히 정재철의 범죄 동기나 계획이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게 그려지는 점은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뺑소니라는 주제 자체는 매우 현실적이고 시사적인 소재지만, 그 무게에 비해 영화가 지나치게 스타일리시하게 풀어간 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뺑반》은 기존의 경찰 영화와는 다른 방향성을 시도하며,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조직 내부의 권력 구조, 언론과의 관계, 정의를 추구하는 이들의 분투 등을 통해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닌, 인간성과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로 확장된다.


3.결론

 

《뺑반》은 단순한 뺑소니 사건을 다루는 경찰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과 정의, 책임과 죄의식 사이의 복잡한 경계를 탐색하는 한 편의 사회극이다. 화려한 추격 장면과 속도감 있는 전개 뒤에는 묵직한 질문이 남는다. "정의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 말이다. 완성도 면에서 몇몇 아쉬움이 남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감독의 문제의식, 그리고 현실과 픽션 사이를 오가는 균형 잡힌 시선은 《뺑반》을 단순한 장르 영화 그 이상으로 만든다.

범인을 잡는 이야기에서, 사람을 이해하고 진실을 지키려는 이야기로 전환되는 이 영화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사회의 민낯을 마주보게 만든다.